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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냄새 나던 아이 그리고 정수리

학창 시절에 입냄새가 아주 심한 아이가 있었다. 그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왕따는 아니었지만 특별하게 친한 친구가 없는 아이 었다. 그냥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노는 애도 아닌 그냥 무난한 친구였다. 입냄새가 특별하다는 점 외에는 전혀 특별할 것 없는 친구였다.

 

나도 그 친구에 대해 뭐 크게 관심이 없었고 같은 반을 몇 번 했었는데 생각나는 건 입냄새밖에 없었다. 지금도 생각이 날 정도의 강력한 냄새였는데 일반적인 똥내가 아닌 뭔가 강력하게 시큼한 냄새가 났던 것 같다. 굳이 표현하자면 음식물 쓰레기 냄새라고 할까.

 

아무튼 문제는 갑자기 생겼다. 그 친구가 갑자기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겼는지 적극적으로 애들에게 친근감을 표시하고 친해지려고 한 것 때문이다. 알다시피 어느 정도 그룹이 형성된 시기라면 새로운 멤버를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에 다들 밀어냈다. 그러다가 결국 우리 그룹에 오게 됐다.

 

 

새로운 사람을 특별히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문제는 냄새가 너무 강력했다. 하지만 우리 그룹 중 누구도 그에게 입냄새를 언급하지 않았다. 나를 포함해서 전부 그 냄새를 알고 있었고 꽤 고통받고 있었다. 그 친구가 없을 때만 다 같이 괴로움을 토로하고 그랬다.

 

왜 그 친구에게 말을 하지 못했을까. 뭔가 그 아이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했었을까. 어쩌면 그 친구에게 그 얘기를 하면 친구가 피해를 입는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이는 자기가 입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 아마 자신의 주변에 사람이 없는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았던 것 같다. 누군가 그 이야기를 한 번만 해줬으면 그 친구가 뭐라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텐데 말이다. 

 

 

우리는 남에 대해서 안 좋은 소리를 못하는 것 같다. 동시에 받는 것도 두려워한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누군가에게 판단받는 일을 피하고 그런 일 자체를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좋고 나쁨을 떠나서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받는다는 건 결코 안 좋은 일이 아니다. 단순 비난이 아닌 비판을 하고 받는 것에 좀 적극적이어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오늘 갑자기 와이프의 정수리에서 그 친구의 입냄새와 비슷한 냄새가 났다. 그래서 든 생각이다. 물론 나는 냄새를 맡자마자 말했다. "여보, 머리에서 왜 똥구렁내가 나냐고." 당연히 한 대 맞았지만 30분쯤 있다 와이프가 갑자기 샤워를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