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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보고 아는 만큼 될 수 있다

내 어릴 적 꿈은 과학자였다. 그게 뭐하는지도 모르고 과학이 뭔지 정확히 몰랐는데 국민학교 3학년 때까지 장래희망 칸에는 과학자가 적혀 있었다.

4학년 때 꿈이 바뀌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역시 프로그래머가 뭐 하는 사람인지 몰랐다. 단순하게 그때 산 컴퓨터 286 xt 때문이었다. 난 그냥 컴퓨터가 만지는 게 좋았다.

난 컴퓨터 공학과를 지원했다. 대학교 1학년 때까지도 그 꿈은 유효했다. 1학년 때는 공부를 아예 안 했으니까. 2학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공부를 하게 되면서 또 꿈이 깨졌다. 그제야 프로그래머가 하는 일을 알게 됐다.

이후로 난 꿈이 없었다. 꿈이라고 하긴 뭐하고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장래희망이 없어졌다. 그냥 사는 대로 살았다. 눈앞에 일들만 해치우거나 피하면서 살았다. 적당히 놀거리도, 할 일도, 친구들도 있었고, 그냥 살기에 문제는 없었다.

결혼을 하고 누군가를 책임져야 하는 나이가 되면서 상황은 바뀌더라. 몇 번의 위기을 지나고 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다. 슬픈 일이지만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아무 생각이 나질 않더라.

 

내가 원하는 꿈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내가 왜 꿈을 이렇게 정하지 못하는지 고민했다. 예상외로 답은 쉽게 나오더라. 내가 보고 경험한 게 너무 없고 너무 틀에 박힌 삶만 살아왔다는 것. 내 주변에도 대부분이 좋은 회사 들어가고 아님 덜 좋은 회사 들어가고. 이거 두 가지 외에는 내가 제대로 보고 아는 게 없더라.

뒤늦게 회사를 나와서 늦었지만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가끔은 무섭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지만 뭔가 살아있는 느낌이다. 결국 꽤 오랜 시간이 걸려서 새로운 꿈을 정했다. 그간 나의 장래희망과는 다른 점은 그게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안다는 것이다.

마땅히 쓸 거리가 없어서 쓴 푸념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제라도 많이 보고 경험하자는 것, 그리고 앞으로 내 자식에게는 최대한 다양하고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게 해 줘야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