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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사 체질이었나.


오랜 숙명이 하나 있었다. 바로 집 안에 필요 없는 것들 처리하기. 꽤 오래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것인데 이게 참 쉽지가 않다. 왠지 언젠가 쓸 것 같고, 필요해서 찾을 것 같다. 하지만 전혀 쓰지 않고 찾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분하기는 참 어렵다. 


좋은 기회가 왔다. '나눔 장터'. 풀 네임은 '광명사랑녹색나눔장터' 불필요한 물건들을 팔 자리를 마련해 주고 수익금의 10%만 기부를 하면 된단다. 바로 공식 카페에 덧글로 신청을 했다. 선착순이라 살짝 걱정했지만 결과는 당첨. 선착순 200명이었는데 200번이 넘은 덧글이었지만 당첨됐다. 자, 이제 가자.



과거에 물건을 팔아 본 적이 있어서 다른 걱정은 없었지만 '물건'이 걱정이다. '이게 과연 팔릴까?' 앞의 '필요 없는 것들' 중 대부분이 옷이다. 구제는 언제나 인기가 있지만 과연 내 옷을 누군가가 구제로 받아들일까? 헛걸음만 하고 오는 것은 아닐까? 하나도 안 팔리면 그냥 버리기로 하고 해보기로 결심했다.



전날 싸둔 옷가지들을 들고 장터로 향했다. 장터의 장소는 광명시민체육관. 생각보다 많은 사람에 깜짝 놀랐다. 그냥 사람이 아닌 판매자가 이렇게 많을 줄이야. 큰 천막 두 개를 세 팀이 함께 쓰는 시스템이다. 번호는 3동 7-가 번이다. 천막마다 번호가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돗자리를 깔고 물건을 내놓았다. 내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캐리어를 가득 채울 때만 해도 '너무 많다' 싶었는데 막상 펼쳐 놓고 나니 얼마 없더라. 다른 사람들의 어마무시한 양의 물건들과 비교되니 더 적어 보였다. 뭐 어쩔 수 없다, 옷과 가방. 신발 등등을 깔아놓으니 사람들이 쌀이 쏟아지듯 몰려 왔다.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깔아놓은 물건들을 살펴보는 사람들의 눈들이 느껴진다. 가장 먼저 판매 될 거라고 생각했던 니트가 역시 인기가 많다. 옆자리에 판매자 아주머니가 구매. 결국 이 아주머니는 5개 이상의 우리 물건들을 사갔다. (정작 자신의 물건들은 많이 팔지 못한 것 같다.) 예상 외로 판매가 너무나 잘된다. 물건이 순식간에 동이 나기 시작했다. 가격이 너무 싼가? 


스무 벌 쯤 되는 옷들과 가방 5개를 들고 갔던 것 같은데 한 시간이 되지 않아 거의 다 팔렸다. 너무 물건이 없어서 그런지 판매가 뜸해졌다. 재미도 있고 돈도 나름 쏠쏠하고 (대부분 2천 원에서 1만 원 사이로 팔았다.) 해서 집으로 가서 옷들을 더 챙겨왔다. 처음 만큼은 아니었지만 꽤 잘 팔렸다. 11시부터 시작한 장사를 우린 종료 한 시간 전인 3시에 접었다. 


오늘의 수익


총 수입은 9만 4천 원, 번데기를 하나 사 먹었으니 거의 10만 원 돈이다. 버리려고 했던 물건들이 큰 돈이 되어서 돌아왔다. 중고 옷들을 수거하는 업체에 팔았다면 2만 원 남짓 됐을 것이다. 게다가 장사는 재미도 있다. 아무튼 1만 원을 기부했다. 남은 돈으로 호화스러운 점심(꿔바로우와 짬뽕)을 먹고 돌아왔다. 


장사가 이렇게 재미 있는 것이었나.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해보고 싶다. 혹시 관심이 있으신 분은 동네 주변의 나눔 장터를 찾아보길. 혹시 여기에 관심이 있고, 광명에 사신다면 나와 광명녹색사랑장터에서 만날지도 모르겠다.( 카페에서 다음 장터 판매자를 지원 받고 있다. )